<변호사 김주형의 보상1번가(보상일번가)>

1. 사실관계의 정리

가. 교통사고의 발생

친구 사이인 A와 B는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운전자인 A가 교통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운전자 A는 음주운전을 한 것이어서, 동승자인 B는 친구인 A가 음주운전 및 음주운전의 결과로 발생한 교통 사고로 인하여 A가 무거운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을 걱정하여 친구인 A가 형사책임을 지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로 합의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습니다. 

나. 합의서의 문구

제출된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고 칭함)의 문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이번 발생한 교통사로 인한 치상 및 물적 피해에 대하여 상호 원만히 합의하였기에 추후 민사 및 형사상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으며 이로 인한 이의제기 및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이에 서명 날인하기로 하고 이 증서를 작성합니다(선처를 부탁드립니다)”

2. 보험사의 대응

그 이후 동승자 B가 자동차보험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였습니다. 

“동승자 B가 이 사건 사고의 가해자인 A에 대하여 민사상 청구권을 포기하였으므로, A에 대하여 대위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보험사도 책임을 면한다”

3. 관련 법리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그가 보유하는 소유권 등 권리의 중요한 부분을 침해 내지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다220955 판결 등 참조).

4. 소송의 진행

가. B의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 제기

동승자 B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에서는 원고인 B가 친구인 가해자 A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고 소송을 할 의사는 없어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판단하게 됩니다. 

나. 법원의 판단(2015가단100815)

각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합의서는 친구가 무거운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을 걱정하여 작성하여 이를 수사 중인 검사에게 제출한 것으로, 담당 수사관이 원고 B에게 전화로 확인하였을 당시 원고 B은 친구A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여 원고 B는 친구인 A가 형사책임을 지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로 작성하여 준 것인 점, 운전자 A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 받았는데 동승자 B의 이 사건 합의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 A는 사고 차량에 관하여 피고 보험사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로서 보험자인 피고가 이 사건 사고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여 A가 구상의무를 부담하여 피고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것은 아닌 점 등 원고 B와 A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목적과 진정한 의사, 동기, 경위, 이 사건 합의서는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선처용 용도이었던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B가 A에 대하여 민사상 청구권을 포기하여 보험자인 피고까지 면책케 하려는 의사는 아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5. 결론

비록 자신이 보유한 권리를 포기한 듯한 서면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서면이 담고 있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그가 보유하는 소유권 등 권리의 중요한 부분을 침해 내지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취지입니다. 

업무처리를 하다보면 종종 보험사들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무분별하게 면책확인서 등을 징구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권리자인 수익자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의뢰인들께서는 이런 때에도 법률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을 받으시면 정당한 권리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저희 보상1번가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 바랍니다.